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4월 15일 16시 43분 51초

목회서신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 이문재, 「봄날」 -

 읽으면 장면이 그려지는 시(詩)가 좋습니다. 이 시가 그렇습니다.

 부아앙~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라니... 짜장면 배달에 만두 서비스를 빠뜨렸나? 알고 보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이 철가방 청년을 멈춰 세웠네요. 시인은 꽃에 온통 시선을 빼앗긴 그 청년에게 시선을 빼앗긴 모양입니다. 어르신들 그러는 거야 흔하지만, 목련꽃 앞에 가던 길 멈추는 청년 보기가 어디 그리 흔한가요. 꽃보다 아름다운 청년 덕분에 시인은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을 누립니다.

 일상의 속도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다른 세계를 좀 보라고 초청하는 시입니다. 짜장면 좀 불어도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고, 이 봄날의 찬란함도 지나쳐 갈 만큼 그리 급한 일이냐고, 시급 몇 천원 날리는 것이 청년에게 결코 작은 일은 아니겠지만, 아주 잠시라도 ‘멈춰 서서’ 목련의 유혹에 빠지는 철없음도 있어야 인생이 아름답지 않겠냐며, 조급해져 있는 우리 마음에 제동을 거는 시입니다.

 2022년 고난주간, 모두들 의미있게 보내고 계신지요. 매일 저녁 8시 전교인 예배 카톡방에 올려드리는 ‘고난주간 묵상영상자료’와 택배로 보내드린 방울토마토 화분과 함께 ‘고난주간 한빛 마니또 기도회’에 잘 참여하고 계십니까? 교회의 예배와 절기, 그리고 신앙 프로그램들은 ‘멈춰 서기 위한 시간들’입니다. 자신의 일에 매달린 채 진정 인생의 소중한 것을 놓쳐버린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살기엔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짧고, 너무도 성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억지로라도 내 일상을 멈춰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멈춰 서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난주간이 지나고, 돌아오는 이번 주일(4월 17일)은 ‘부활주일’입니다. 오전 11시에 부활주일 예배가 드려지고, 예배 중에 부활절 헌금(예산 850만원)이 있습니다. 부활절 헌금의 20%는 ‘정의세움부’ 회원들이 이 땅에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사용합니다. 기도로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후 2시 30분에는 김창필 집사님 묘지 앞에서 ‘4.19 묘지 참예’가 진행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부활의 은총이 한빛가족들을 생명과 평화의 삶으로 인도하시길 소망합니다.

2022년 4월 15일

한빛교회 담임목사 홍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