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올린 시간 : 2021년 11월 03일 17시 00분 26초

목회서신

 가을의 막바지인 지금, 형형색색의 단풍이 참 아름답습니다. 사랑하는 한빛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색이 어울려 꽃보다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이 나무들을 감상해야 하는데, 계절이 낭비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분야에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가슴 속에 변화를 대하는 각기 다른 답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기준은 같습니다. ‘무엇이 더 효율적일까, 어떤 것이 더 신속정확한가.’ 이 기준에 따라서 변화가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도전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공포스러운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의 기준은 오직 ‘사람의 마음’이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변화를 논하는 모든 시도는 사악하거나 순진한 행위입니다. 역사의 발전은 도표 위에 숫자와 그래프로 그려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축복해 줄 때 가능함을 잊지 맙시다.

 교회는 이처럼 서로를 축복하는 삶의 경험 속에 초월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알리는 공동체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중요합니다. 위기의 순간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오셨고, 위기의 순간 제자들과 함께 하나의 식탁을 공유하고 나누셨다는 걸 기억합시다. 위기와 변화의 순간에 교회가 스스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점검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 아닐까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한빛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헌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의 열정은 누구를 위한 열정인가.’

 ‘위드 코로나’가 눈앞에 보이니 여기저기서 ‘이전으로 돌아가자, 교회를 회복하자’는 말이 들립니다. 물론 돌아가고 회복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돌아가려는 회복의 정체가 무엇인지 돌아봅시다. 우리가 함께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하나 되는 신앙공동체의 회복인지, 아니면 출석교인의 숫자와 헌금누계 그래프의 회복인지...

 이제 조심스럽게 ‘대면 모임 예배’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일단 ‘비대면 카톡 예배’와 ‘기관 예배당 초청 카톡 예배’를 병행합니다. 11월 7일은 나오미회와 베드로회, 11월 14일은 에스더회와 바울회, 11월 21일은 마르다회와 디모데회, 11월 28일은 바나바회와 청년회를 초청할 예정입니다. 교회 입구에서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을 점검하고, 소독도 철저하게 실시하겠습니다. 그리고 방문자 기록도 꼼꼼하게 하겠습니다.

 오랜 거리두기로 다들 지쳐있는 이 때, 모처럼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직접 대하면서 소박한 기쁨을 함께 나누는 예배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마당을 비질하고 물을 뿌려 손님을 맞이했던 옛사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주일을 준비하겠습니다. 하늘의 평화를 빕니다.

2021년 11월 3일

한빛교회 담임목사 홍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