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이른 아침부터 예배당에 나와 서성거리고, 빈틈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그렇게 긴장 속에서 허둥지둥 한빛추수감사주일예배를 드린 게 저만의 모습은 아니었겠지요.
너무나 오랜만에 교회를 방문해서였는지, 거리두기 지정 좌석에 앉아 어색해하는 모습들, 카톡예배와는 다른 예배순서에 당황해하는 표정들이 군데군데 감춰지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리웠던 한빛교회 예배당에 앉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들과 보고 싶었던 얼굴들과의 인사가 등나무 아래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그리움을 억누른 채 다들 어떻게 그 긴 격리의 시간을 견뎌내셨는지 죄송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밀린 이야기를 다 나누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차분하게 그 시간을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상황을 슬기롭고 조심스럽게 극복하기 위해, 지난 주일(10월 18일) 오후에 모인 당회에서는 한 달을 기준으로 1주와 3주는 ‘비대면 카카오톡 예배’로 드리고, 2주와 4주는 ‘대면 모임 예배’로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코로나19’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 ‘대면 모임 예배’를 ‘비대면 카카오톡 예배’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 11월 1일, 15일, 29일 - 비대면 카톡 예배 / 11월 8일, 22일 - 대면 모임 예배
오늘 아침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을 읽었습니다. 그 중에 한 문장을 한빛가족들과 나눕니다.
하루 중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인 오전을 나는 그렇게 느긋하게 보냈다. 나는 부자였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햇빛 가득한 시간과 여름날이 모두 내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을 마음껏 썼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분주하게 허둥거리면서도 정말 중요한 것은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요? 아침 햇빛을 한껏 즐기고 어디에도 매인 데 없이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기에 ‘나는 부자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는 그 시간을 마음껏 썼다’고 말할 수 있는 한빛가족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 모든 삶의 자리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충만하게 임하시기를 소망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2020년 10월 22일
한빛교회 담임목사 홍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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