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의 일상 가운데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세월호의 꽃다운 생명들에 대한 가슴 아린 먹먹함과, 준엄한 민의(民意)의 엄중함이 교차하고 있는 4월 16일, 오늘입니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부디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함께 잉태하는 선택이었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12일 부활주일에는 모든 한빛가족들이 예배당에 모여 부활의 기쁨을 한껏 나누고 싶었습니다. 서로 마주보며 안부도 나누고, 그동안 돌보셨던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며, 감격의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확산이 염려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겠다는 판단을 당회에서 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은 ‘율법’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당시 유대교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생명 살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예수님이었죠. 분명 예수님도 예배당에 모여 예배를 드리며 주일성수 교리를 수호하는 것보다,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배려를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실제 2009년 비행기 추락사고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비행기 기장이 탑승객 155명 전원을 구조하고, 맨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하게 되고, 직장인들은 정상 출근을 하며, 확진자들의 치료가 마무리 되고, 그렇게 모든 일상이 회복된 후에... 한빛가족들은 ‘맨 마지막으로’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그런 모습은 어떤지요. 어떻게든 예배당에 모이기 위해 눈치 보며 기회만 엿보는 교회의 모습보다, 재난을 겪고 있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보다 더 많이 배려하고,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품 넓은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그리운 때입니다.
이번 주일 ‘4.19혁명기념주일 예배’가 오전11시에 ‘전체교인 카톡방’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말씀증언은 박정범 목사님이 해 주십니다.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으로 삼아봅시다.
거칠고 냉랭한 세상이지만 그 속에 온기를 가져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로 부름 받았습니다. 이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오늘도 깨어 있읍시다. 믿음에 굳게 섭시다. 용기를 냅시다. 이 모든 일을 사랑으로 감당합시다.
“깨어 있으십시오. 믿음에 굳게 서 있으십시오. 용감하십시오. 힘을 내십시오.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십시오.”(고린도전서 16장 13~14절)
2020년 4월 16일
한빛교회 담임목사 홍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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